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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고객을 머물게 하라, 지갑이 열리리니

18-02-26 16:07 조회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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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유라쿠초역 인근에 위치한 무인양품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옥수수, 감자 등 농산물을 팔고 있다. 일본 도쿄 유라쿠초역 인근에 위치한 무인양품의 플래그십 스토어 2층에 있는 ‘무지’ 식당. 일본 도쿄 쓰타야 서점 다이칸야마점의 뮤직 코너에 사람들이 편안히 음악을 들으며 머물 수 있도록 테이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신현암 씨 제공
“브랜드를 해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이름을 모든 곳에 다 갖다 붙이는 것이다.”

마케팅 업계에서 브랜드 확장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 자주 쓰는 경구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종종 브랜드를 다양한 상품군으로 무한정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 왔다. 브랜드 확장이 지나치면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가 희석돼 브랜드 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무인양품이 거의 모든 제품군을 취급하는 데 성공하면서 브랜드 확장의 위험에 관한 통설을 깨고 있다. 일본의 쓰타야도 서점에서 출발해 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상품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무인양품이나 쓰타야가 브랜드를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브랜드가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대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콘셉트에 만족한 고객들이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간에 오래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에 진열된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경영 전문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42호(2월 1호)에는 콘셉트 기반 플랫폼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 글이 실렸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무인양품, 브랜드 대신 콘셉트로 무한 확장 

무인양품은 지우개, 노트 같은 필기구부터 티셔츠, 양말, 청바지 같은 의류, 새우깡 같은 과자류까지 판다. 일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농산물과 오두막집을 팔고 식당도 운영한다. 무인양품이 이처럼 세상의 모든 제품군을 취급할 수 있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1964년 무인양품을 만든 쓰쓰미 세이지는 처음에 40개의 제품을 내놨는데 그중 ‘깨진 표고버섯’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일본인은 국물 맛을 내는 다시(dashi)를 중요하게 여긴다. 표고버섯을 다시 용도로 많이 구매하는데 주로 모양이 예쁘고 흠집이 없는 것을 고가에 구매했다. 세이지는 모양이 깨진 대신 저렴한 표고버섯을 고객에게 제안했다. 어차피 국물용 표고버섯은 찢어서 넣기 때문에 깨진 표고버섯도 국물 맛을 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깨진 표고버섯은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일본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로부터 이유 없이 비싼 제품이 아닌 ‘이유 있게 싼’ 제품을 판다는 무인양품의 콘셉트가 탄생했다. 무인양품은 기존 제품과 포장의 거품을 걷어내면서 거의 모든 상품군을 취급하고 있다. 기업의 콘셉트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어떤 제품으로든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무인양품 하면 가성비, 혹은 무조건 싸지 않더라도 심리적 만족을 주는 가심비가 뛰어난 제품을 떠올린다. 무인양품은 일본어로 ‘무지루시료힌’이라고 발음하는데 일본인들은 앞의 두 글자를 따서 무지(Muji)라고 읽는다. 무지 브랜드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무지러(Mujirer)’란 말이 통용될 정도다. 무인양품의 제품 철학에 공감해 지우개건 간식거리건 무인양품만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바로 무지러다. 

무인양품 유라쿠(有樂)정 지점 3층에 가면 무인양품의 미래를 보여주는 코너가 있다. 무지 인필(Muji infill)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이곳은 집안 살림 모두를 자사 제품으로 채우겠다는 큰 꿈을 보여준다. 무인양품은 탄탄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공간으로 거침없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 제품이 아닌 플랫폼으로 경쟁 

무인양품이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제품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하는 트렌드를 잘 읽었기 때문이다. 사이다 같은 제품은 편의점에서 팔려도 사이다고, 마트에서 팔려도 같은 사이다이다. 하지만 무인양품은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을 지향했다. 1980년 최초로 브랜드를 출시할 때 40개 제품군을 보유했던 무인양품은 1983년 아오야마에 1호점을 개점하면서 플랫폼으로 성장해 왔다. 스스로 제품을 만들지는 않지만 제품의 품질을 보증했다. 무조건 싼 게 아니라 ‘이유 있게 싸다’는 콘셉트를 지금까지 유지하면서 말이다. 

무지는 고객들이 무인양품이라는 플랫폼에 오랜 시간 머물게 하는 데 주력했다. 소비자를 오래 머물게 하면 자연스럽게 지갑도 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무인양품이라는 플랫폼이 좋아서 매장을 방문하고 구매하기 시작했다. 무인양품에서 파는 제품이 다른 매장보다 무조건 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쓰타야도 플랫폼 기능에 충실하다. 책, CD, 비디오를 대여하는 작은 매장에서 출발한 쓰타야는 서점에서 가전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책을 팔면서 책과 연관된 제품들을 같이 파는 방식이다. 가전제품과 관련한 책 코너에서는 발뮤다 밥솥을 팔고, 화훼 관련한 책이 진열된 코너에서는 꽃을, 술과 관련한 책이 진열된 코너에서는 와인을 파는 식이다. 심지어 요가 책이 진열돼 있는 곳에서 실제 요가 강습을 열기도 한다. 

쓰타야 공간의 특징은 고객으로 하여금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게 해 조금이라도 더 머물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쓰타야서점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는데 책을 사지 않더라도 스타벅스에서 음료 한 잔만 구매해도 원하는 시간만큼 머물 수 있다. 고객이 커피를 마시고 공간에 오래 머물면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해 다양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 고객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콘셉트가 관건  

오늘날 브랜드는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거품을 걷어낸 단순함과 비어 있음의 철학, 쓰타야는 책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 이 두 곳 모두 고객으로 하여금 조금 더 머물고 싶게 만드는 콘셉트를 추구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앞으로는 어떤 사업을 하든 플랫폼적 사고를 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예컨대 미장원을 운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적 가치의 추구’라는 콘셉트를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을 구상해 보자. 미장원 공간에 헤어디자인은 물론이고 미적 가치와 관련한 다양한 상품을 진열할 수 있다. 향수나 속옷, 심지어 미술품까지 해당될 수 있다. 미적 가치에 관한 책과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도 같이 배치하면 좋을 것이다. 미장원도 단순히 헤어스타일을 가꾸는 공간이 아니라 몇 시간 이상 체류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언제든지 고객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고 싶은 플랫폼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다.

신현암 팩토리8 대표 nexio@fatory8.org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226/88859406/1#csidx7ee8876eeff93bbbb3f72e22ae505a3 onebyone.gif?action_id=7ee8876eeff93bb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