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책시장, 아마존 올줄 알았더니 구글이 오네
18-01-30 16:31 조회 3,656
국내 책시장, 아마존 올줄 알았더니 구글이 오네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서비스 한국 포함 전세계 출시
자투리 시간에 독서할 수 있어 새로운 독자 창출 기대
구글이 최근 책을 읽어주는 소리책 서비스 '구글 오디오북'을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 출시하면서 '전인미답'이었던 오디오북 분야의 독자가 창출되어 국내 도서시장의 활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최근 구글 오디오북 서비스를 전세계 45개국, 9개 언어로 출시했다. 기계음이 아니라 배역에 맞게 성우가 직접 낭독한 것을 배경음악과 효과음과 함께 녹음 제작해 생동감을 높였다. 또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기본목차 하위에 세부목차를 자동으로 생성, 내비게이션을 용이하게 했다. 약 1만종의 책을 월정액권 없이 개별로 정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출판계는 구글의 오디오북 진출이 도서인구 저변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수년 전부터 말이 있었던 아마존의 국내 책시장 진출에 대해 출판계가 바짝 긴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출판전문가들은 아마존의 국내 시장 진출은 단행본 시장이 너무 작은 탓에 거의 무산된 것으로 분석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인터넷쇼핑이나 책판매나 둘다 한국 시장에 들어와도 '먹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국내 전자상거래업체의 입지가 워낙 강하고, 도서부문은 참고서의 60%가 총판체제로 공급되어 공략할 곳은 단행본뿐인데 그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다. 또 국내 인터넷서점도 당일 배송 등 아마존과 맞설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곳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 와중에 오디오북이라는 '무주공산'의 시장을 구글이 개척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구글 측은 "기존의 오디오북 시장이 미미한데도 1차 출시국 9개국에 포함시켰을 만큼 한국시장을 중시하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이들이 갖고 있는 구글플레이를 통해 오디오북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시장이 커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재휘 구글플레이 파트너 매니저는 "구글이 전세계에 오랫동안 음악 등의 오디오 콘텐츠를 공급해왔는데 오디오북은 없냐는 물음이 많았다"면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오디오북은 운전이나 요리하며 또는 출퇴근 등 일상의 자투리 시간에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기에 관심과 니즈(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서비스에는 미디어창비와 10여년간 국내에서 오디오북을 제작해온 오디언이 협력사로 참여한다. 구글 오디오북은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들어간 책이 많은데 이에 대해 오디언 권오준 콘텐츠사업팀 팀장은 "백색소음처럼 배경음이 잔잔하게 깔리면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자기계발서는 최소한의 음악만 들어가고 소설은 그보다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더 많은 등 장르마다 다르게 들어간다. 하지만 독서를 방해할만큼의 과도한 음향작업은 안했다"고 덧붙였다.
책의 내용을 완독·부분극화·축약 등으로 장르에 따라 편집한 것도 특징이다. 눈으로 읽으면 5~6시간이면 다 읽는 책을 완독본으로 만들면 오디오북은 13~14시간 걸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2~4시간 들으면 되는 양으로 축약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디언 측은 "완독을 바라는 종이책 독자들과는 대상이 다르다. 책을 읽을 시간이 모자란다면서 책을 읽지 않았던 이들을 새롭게 독자로 편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도 오디오북 출시가 종이책 독자를 잠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독자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디오북을 접하고 흥미를 느껴 종이책을 사보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백원근 대표는 "미국의 경우 오디오북의 비중이 10%다. 국내도 5000억 규모의 오디오북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디오북 시장을 밝게 전망했다.
권재휘 구글 파트너 매니저가 27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출판기자들에게 구글플레이 오디오북 출시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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